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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육사오(6/45)’ 박규태 감독 2022-10-24 10:06:46
작성자  동문회보 webmaster@hanyangi.net 조회  344   |   추천  14

‘1등 로또가 북한으로 날아간다면?’ 여름 극장가 사로잡은 매력 코미디

 

박규태 감독


 



“이변의 주인공(동아일보)”, “최약체의 반란(스포츠조선)”, “웃음 복병(JTBC)”. 모교 동문 박규태 감독이 15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 ‘육사오(6/45)’가 올 여름 극장가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지난 8월 24일 개봉한 육사오는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197만(10월 11일 기준)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160만명)을 돌파했다. 흥행은 국내를 넘어 베트남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현지 개봉 10일 만인 이달 2일에는 누적 관객 132만명을 기록, 베트남 개봉 역대 한국 영화 1위 ‘반도(2020)’를 넘어섰다.

 

 

육사오는 바람에 날려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1등 당첨 로또를 둘러싼 남북한 군인들의 좌충우돌 코믹 접선극이다. 영화 제목도 45개 숫자 중 6개를 맞히는 로또 복권에서 착안했다. 최전방 부대의 말년 병장 ‘박천우(고경표)’는 1등 로또 종이를 우연히 줍는 기적 같은 행운을 만나지만, 근무 도중 불어온 강풍에 그만 종이를 놓치고 만다. 이를 주운 북한군 ‘리용호(이이경)’ 하사는 종이가 57억 당첨금이 걸린 남한 복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로또가 자기 것이라 주장하고, 양측 상사와 후임까지 갈등에 가세하면서 사건이 커진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의 치열하고도 유쾌한 당첨금 수령기는 ‘박규태 표 코미디’ 특유의 유머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육사오는 ‘누구나 꿈꾸는 1등 당첨 로또가 만약 북한으로 날아간다면?’이라는 한 줄의 로그라인(logline)에서 시작됐다. 로그라인은 영화의 콘셉트와 방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을 말한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로그라인이 필요합니다. 제가 각본을 맡은 ‘달마야 놀자(2001)’와 ‘박수건달(2013)’도 ‘만약 조폭(조직폭력배)이 절에 가서 스님들과 만난다면?’, ‘만약 조폭이 신내림을 받는다면?’이라는 가정의 로그라인에서 출발한 영화들입니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로그라인을 보여줬더니 ‘재밌다’, ‘참신하다’는 반응이 많아 더욱 자신이 생겼죠.”



스케일 키우기에 집중하는 요즘 영화계에서 육사오의 선전은 이례적이다. 올해 개봉작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범죄도시2’, ‘마녀2’, ‘한산: 용의 출현’, ‘공조2: 인터내셔날’ 등이다. 이들 가운데 제작비가 100억원을 넘지 않는 작품은 육사오가 유일하다. 중소형 코미디 영화가 이 정도 성과를 거둘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반전 흥행’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메이저 투자사가 만드는 대형 영화들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제작비가 아니라 재미잖아요. 이야기의 힘에 집중하겠다는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뿌듯합니다.”


 


고경표, 이이경 등 충무로 젊은 피들의 신선한 케미스트리 역시 주목할 만한 요소다. 북한군 정치지도원 ‘최승일’ 역의 이순원, 선전대 병사 ‘리연희’ 역의 박세완 등 ‘숨은 원석’을 발견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박 감독은 정극 연기와 결이 다른 코믹 연기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젊은 배우를 중심으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주인공 ‘천우’의 순박한 이미지가 고경표 씨의 큰 눈망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이순원 씨는 7~8년 전 연극을 보러 갔다 알게 됐는데 뛰어난 연기력이 인상적이라 꼭 함께 하고 싶은 배우였고요. ‘연희’ 역에는 고분고분하지 않고 당찬 북한의 신세대 여성을 표현하고 싶어 캐릭터에 잘 녹아든 박세완 씨를 캐스팅했습니다.”

30년 가까이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박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 각본가, 감독 등으로 활동한 잔뼈 굵은 영화인이다. 영화광이었던 그는 모교 재학 시절부터 영화 동아리 ‘소나기’에서 8mm, 16mm 필름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영화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갔다. 제대 후 학교를 다니다 충무로 현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휴학계를 냈다. 1995년 ‘천재선언’의 제작부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딛은 그는 한 영화사로부터 2년간 등록금을 전액 지원받아 졸업 전까지 학업과 충무로 생활을 병행했다. 3학년 때 이경영·故최진실 주연 영화 ‘베이비 세일(1997)’ 시나리오를 쓰며 작가로 데뷔했고, 이후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달마야 놀자’, ‘박수건달’ 등 독특한 콘셉트의 코미디 영화에 각본가로 참여했다. 2007년에는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코미디 ‘날아라 허동구’로 감독에 데뷔했다.



코미디 영화의 정수를 선보이는 박 감독이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했다. “참신함, 캐릭터 간 갈등의 매력도, 진정성. 이 세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하이 콘셉트 영화는 역발상이 가능한 아이러니가 있어야 합니다. 충무로에는 ‘예측을 벗어나되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는 유명한 속설이 있어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예상을 깨고 감탄을 자아낼 만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죠. 아이러니 속에서 캐릭터들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갈등이 매력적인 이야기라야 웃음이든 감동이든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루는 선배 감독이 그에게 “영화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작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다. 박 감독이 오랜 고민 끝에 대만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1989)’를 꼽자, “그 영화가 네 고향이니 앞으로 작품을 할 때마다 떠오를 것”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현실에 치여 열정이 사그라들더라도 마음 속 고향 같은 영화를 보며 초심을 찾으라는 일종의 조언이었던 셈이다. “20대 초반부터 그저 영화가 좋아서 보고 또 보고, 영화 생각만 하고 살았어요. 오래됐지만 그때 즐겨 본 영화들은 선배 말대로 지금도 자주 떠올리게 돼요. 그 시절의 열정과 마음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거든요.”

박 감독은 유머를 삶의 윤활유에 비유한다. 지치고 힘든 나날 속에서 유머는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재기할 수 있는 의지를 북돋아준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창조물 중 남을 즐겁게 한다는 건 너무나 가치 있고 고귀한 일이라고요. 제가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이유기도 하죠.”

육사오는 술을 마시는 손님들에게 주류회사 홍보팀이 나눠준 1000원짜리 로또 종이가 바람에 날아가면서 끝이 난다. 영화 첫 장면과 완벽한 수미상관을 이루는 엔딩이다.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쁜 일도, 세상이 끝난 듯 슬픈 일도 결국은 기억 너머 저편의 추억이 된다. 어차피 정답 없는 세상사, 움츠러들기보다 두려움 없이 매일을 즐겁게 살아가라는 박 감독의 메시지가 아닐까.

글=조자경 학생기자

사진=ERICA 대외협력팀, 티피에스컴퍼니(포스터·스틸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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