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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인턴’으로 인생 2막 시작한 이주성 동문 2022-10-24 10:03:19
작성자  동문회보 webmaster@hanyangi.net 조회  464   |   추천  15

‘배움에는 때가 없다’

데이터 교육가 꿈꾸는 명퇴 은행원의 도전

 

이주성 동문


 



 

 

평생 몸담은 직장에서 물러나야 하는 순간은 언젠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퇴직이 꼭 커리어의 끝을 뜻하는 건 아니다. 2015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인턴’을 보면 임원 퇴직 후 다시 인턴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하는 70대 주인공이 등장한다. 국내에도 영화 속 인물과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6월 한국경제신문에는 명예퇴직 후 만 52세에 핀테크 기업 인턴으로 재취업한 전직 은행원 이주성 동문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 동문은 모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20년간 근무했다. 13년간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여신·외환 등 금융 업무를, 그 뒤로 7년간은 인적자원개발(HRD)을 담당했다. 그는 재직 시절 HRD 부서에서 전사 차원의 온라인 직무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일조한 경험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수많은 행원이 지정된 시험장으로 이동할 필요 없이 각 소속 지점에서 원격으로 시험을 보는 비대면 평가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온라인 시험은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도입 후 이의 제기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은행원인 그가 빅데이터라는 낯선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복합적이다. 시작은 행원들의 교육 이력 관리였다. “교육 내용은 같아도 시기마다 프로그램 이름이 조금씩 바뀌다 보니 누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지금이라면 머신러닝으로 교육 내용의 유사성을 산출해 손쉽게 정리할 텐데 참 아쉽죠.”

실패라고도 할 만한 이 경험은 이 동문이 새로운 공부에 도전하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퇴직 2~3년 전부터 은행가에서는 고객별 소비 패턴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명 ‘마이데이터’ 바람이 불었다. 이때 그는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빅데이터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정식으로 공부해본 적은 없지만 평소 행동경제학에 흥미를 느꼈던 점도 한몫했다. 행동경제학은 합리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행동과 심리가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보는 학문이다.

이 동문은 2018년 퇴직 직후 6개월간 국비 지원 빅데이터 분석 교육을 받고 고려사이버대학교 미래학부 빅데이터전공으로 입학했다. 오십줄에 다시 시작한 공부는 각오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배우는 속도는 남들보다 더뎠지만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았다. 3년의 노력 끝에 올해 2월 드디어 학위를 받았다.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여러 회사의 문을 두드렸으나, 그의 바람과 달리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대다수 기업은 데이터를 다뤄본 경력이 있는 젊은 사람을 선호했다.

낙담하던 그에게 어느 날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연락이 온 곳은 대출 희망자-투자자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핀테크 기업 ‘어니스트펀드’였다. 어니스트펀드는 이 동문이 은행에서 여신 업무로 축적한 도메인 지식을 높이 사 그에게 인턴 자리를 제안했다. 그는 이곳에서 고객 데이터에 기반해 정확한 신용평가 모형을 만드는 데이터 모델링 담당 인턴으로 5개월간 근무했다.

“일하면서 자격증 공부와 실무는 또 다르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어요. 머릿속에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지식을 실무에 적용해보며 퍼즐 맞추듯 연결해나갔죠. 그 과정이 너무 어려워서 가끔은 ‘지난 4년 동안 도대체 뭘 공부했나’라는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쉽게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급여나 직위를 떠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정말 소중했거든요.”

현재 그는 인턴 생활을 마치고 8월부터 기업용 시스템 설계·구축 전문 벤처 ‘(주)메가스타’에서 프로젝트관리본부(PMO)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관리자로서 IT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게 그의 업무인데, 이 역시 처음 해보는 일이다. “프로그램 개발이나 데이터 분석도 중요하지만, 먼저 IT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반적인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어니스트펀드에서 느꼈어요. 제 커리어에 꼭 필요한 일이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 기술의 효용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미디어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발달에 힘입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식의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 기업들은 직관이나 직감 대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기획 일선 실무자가 데이터를 잘 모르면 업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동문은 나중에 직장인을 위한 데이터 분석 및 활용법을 강연하고 싶다고 한다. 빅데이터 관련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기획자에게 실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툴(tool)을 알려주는 기업 교육가가 꿈이다.

 

“‘배움에는 때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래요. 특히 나이 들어 배우면 좋은 게 내가 살아오면서 궁금했던 점, 말하자면 인생에서 가려웠던 부분을 긁어줄 수 있다는 거예요. 배움을 접는 이유가 나이 때문이라면 사실은 그 정도로 배우고 싶지는 않다는 뜻 아닐까요. 새로운 공부를 하고 싶지만 나이가 많아 망설이는 누군가에게 제 사례가 작은 용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글=이석철 학생기자

사진=최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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