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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음악계의 숨은 히로인 윤정연, 조윤경 2022-07-20 16:01:11
작성자  동문회보 webmaster@hanyangi.net 조회  221   |   추천  22

3분 남짓한 곡이 완성되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잘 만들어진 공연도 마찬가지다. 가수나 연주자처럼 밝은 조명 아래 빛날 순 없지만,

작곡가, 프로듀서, 작사가, 공연기획자, 음악감독 등 숨은 조력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

공연기획사 제이에스바흐의 대표 윤정연, 작사가 조윤경 동문도 그들 중 하나다.

우리나라 음악계에서 실력파로 소문이 자자한 여성 동문 2인을 만났다.


 

클래식 공연 기획의 귀재 “다양한 장르와 색다른 크로스오버 시도할 것”

윤정연 제이에스바흐 대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예술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니며 후세에 전해지기도 한다. 예술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과감한 도전과 재해석을 시도한다. 클래식 또한 마찬가지다. 원곡의 명맥을 이어가면서도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고, 타 장르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현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시도를 이어간다. 공연기획사 ‘제이에스바흐(JS바흐)’ 윤정연 대표 역시 예술, 특히 음악의 전승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공연을 선보이며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윤 대표가 공연 기획과 연을 맺은 시점은 모교 음악대학원 재학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갓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인 2005년, 그는 모교 음악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제1회 서울 국제 바흐 페스티벌’ 기획에 참여하게 됐다. 이는 2005년을 기점으로 격년제로 열린 국제 고(古)음악 페스티벌이자 국내 유일의 바흐 전문 페스티벌이다. 당시 그가 조교로 활동하며 주관했던 교내 음악회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행사였기에 공연 기획의 기초부터 홍보까지의 전 과정을 학습할 수 있었다. 이때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순간이었다. “바흐 페스티벌 이후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기업 VIP 공연을 주관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이를 계기로 공연 기획에 눈을 떴고 제이에스바흐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앞머리를 딴 제이에스바흐라는 사명 또한 바흐 페스티벌의 정신을 계승하겠단 의미다.

제이에스바흐는 클래식부터 대중음악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공연기획사다. 제이에스바흐가 정식으로 주관한 첫 공연은 천안 갤러리아 백화점 아트홀에서의 정기공연이었다. 첫해에만 50회 이상의 공연을 올리면서 클래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셉트의 공연을 기획했다. 이를 시작으로 한화그룹이 주최하는 클래식 공연 ‘한화클래식’과 ‘한화 팝앤클래식(현 한화생명 콘서트)’의 기획을 맡게 됐다. 특히 한화클래식은 2013년 첫 공연부터 함께한 명실상부 제이에스바흐의 간판 공연이다.

한화클래식은 2013년 바흐 해석의 세계적 권위자인 ‘헬무트 릴링’의 초청 무대를 시작으로 바로크 음악의 세계적인 거장들이 함께하는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음악가들의 입국이 어려워지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때 윤 대표는 세계적인 한국의 고음악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공연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이는 2020~2021년 ‘바로크 프로젝트’로 이어져 한국 바로크 음악계에 또 한 번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20년에는 소프라노 임선혜의 바흐 메들리, 콘서트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를, 2021년에는 소프라노 서예리의 바흐 ‘커피 칸타타’, 페르골레지 ‘스타바트 마테르’를 선보이며 바로크 음악의 정수를 보여줬다. 윤 대표는 “이번 ‘한화클래식 2022’는 현재 한국 바로크 음악계를 선도하는 소프라노들을 중심으로 12월 초에 협연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는 전례 없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온라인 공연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제이에스바흐도 ‘한화클래식 2020: 소프라노 임선혜와 바로크 프로젝트’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첫 온라인 공연을 선보였다.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보다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배로 많았어요. 예를 들면 온라인 연결 상태나 수음 상태, 카메라 워킹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 기존과 크게 달랐죠.” 이어 윤 대표는 “특히 클래식 공연은 보는 만큼 들리는 것 같다”며 “어떤 악기가 소리를 내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때 음악이 더 다층적으로 들리기 마련인데, 온라인 공연은 이런 점에서 아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제이에스바흐의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과거엔 정기적인 공연 스케줄로 기획 공연을 많이 시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제이에스바흐는 오히려 활동 영역을 넓혀 더 다양한 프로젝트에 뛰어들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예술 융합 프로젝트 ‘아트 그라운드 시리즈’다. 미술 작품과 음악을 접목해 예술 장르의 통섭을 시도한 이 프로젝트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제이에스바흐의 직원들은 모두 동문이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수민, 백은실, 김초롱, 윤정연, 박소현, 박수인 동문.

또 하나의 색다른 프로젝트는 음악다큐 ‘봄’이다. 이는 제이에스바흐가 기획한 공연 ‘Authentic Piazzolla-고상지 밴드와 반도네온 콘체르토’의 기획 단계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히 담은 실험적 다큐멘터리다. 공연계가 코로나19로 지쳐 있을 때 용기를 내 지원한 공모전 ‘아트 체인지업(Art Change UP)’에서 입상해 만들어낸 작품이었기에 그 의미가 남달랐다.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서 촬영하는 게 어색했지만, 예술 공연을 만들어내는 기획자의 행위도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클래식과 타 장르의 크로스오버(cross-over)가 조명받는 흐름에 발맞춰 제이에스바흐도 꾸준히 신선한 조합의 콜라보레이션을 주관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한화생명 콘서트: 이날치, 범 내려온다’에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와 스트릿댄스계의 선구자 ‘팝핀현준’이 함께 무대를 꾸며 큰 호응을 얻었다. 윤 대표는 “국악, 대중음악 등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색깔의 팀과 함께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제이에스바흐는 소프라노 협연 ‘한화클래식 2022’, 팝스 오케스트라와 재즈, 대중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한화생명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대표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음악을 주제로 한 콘서트를 목표로 해외 팀과 콜라보레이션을 계획하고 있다. 제이에스바흐가 쉴 틈 없이 달려온 10년이 지나가고, 마침내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았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윤 대표는 지친 사람들의 삶 속에 활력을 불어넣고 휴식을 선사할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힘찬 날갯짓을 계속하고 있다.

글=조자경 학생기자

사진=이봄이 기자

 


 

“아! 그 노래” K-POP에 이야기 불어넣는 언어의 마술사

 조윤경 작사가

 


전 세계적으로 K-POP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20년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Hot) 100’ 1위에 오른 BTS를 비롯해 트렌디한 음악,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장한 ‘K-아이돌’이 있다. 조윤경 동문은 아이돌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대중음악 작사가다. 2002년 보아의 ‘Listen To My Heart’ 번안 작사로 데뷔 후 지금까지 샤이니 ‘Sherlock’, 엑소 ‘LOVE SHOT’, 레드벨벳 ‘Rookie’ 등 수많은 아이돌의 인기곡에 노랫말을 입혔다. 때로는 서정적인, 때로는 강렬한, 때로는 통통 튀는 다채로운 가사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는 현재 K-POP 업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타 작사가 중 한 명이다.

어떻게 작사가가 됐나.

“학창시절 그룹 ‘신화’의 열성팬이었다. 오빠들 나온 방송은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서 보고 또 보고, 사진과 잡지도 열심히 모았다. 신화뿐만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다 좋아하는 지독한 스엠빠(SM+팬을 뜻하는 ‘빠’)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작사가를 목표로 하진 않았다. 당시는 지금처럼 ‘전문 작사가’라는 직업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장래희망은 아예 다른 쪽이었다. 그러다 중학생 때 SM에서 하는 ‘스타라이트’라는 오디션을 보고 충동적으로 원서를 냈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응모했더니 감사하게도 계약하자는 연락이 왔다. 그때부터 작사 트레이닝을 거쳐 고등학교 3학년 때 입봉했다.”

활동한 지 올해 만 20년차다. 30대에 이렇게 긴 경력을 가진 사람이 흔치 않은데.

“눈에 띄는 천재는 아니고 그냥 엉덩이 힘으로 진득하게 승부한 케이스다(웃음) 제가 해온 작품이 모두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K-POP 판에서 이만큼 버텼다’는 자부심은 상당하다. 제 스타일을 표현하자면 가사는 ‘이렇게’ 쓰는 것이다, 의 ‘이렇게’가 없다. 작사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어 경력에 비해 지식이 얕은 편인데, 그래서 뭔가에 얽매이지 않고 느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작사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아닐까 싶다. 자신 있는 건 발음 디자인이다. 노래할 때 리듬을 고려해서 입에 잘 붙는 발음을 만드는 정교한 작업으로 신경 쓴 만큼 티가 난다.”

작사한 곡 중 기억에 남는 곡은.

“태연의 ‘너를 그리는 시간’. 이 곡을 쓰면서 실제로 아티스트를 만난 적은 없다. 작사가와 가수 사이의 접점이라곤 가사 하나뿐인 작업이었다. 그런데 발매된 음원을 실제로 들어보니 아티스트와 곡에 대해 아주 천천히 오랫동안 대화한 듯한 느낌이어서 깜짝 놀랐다. 이 노래를 멋지게 불러준 아티스트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또 더보이즈의 ‘THRILL RIDE’. 제가 평생 쓸 수 있는 가사 중 썸머 송 1등으로 남을 것 같다. 노래 특유의 청량함이 작업 내내 탄산음료처럼 팡팡 터지는 듯했다. 정말 신나고 재밌게 썼던 가사다. NCT DREAM의 ‘Chewing Gum’도 빼놓을 수 없다. 데뷔곡을 작업한다는 건 굉장히 큰 의미다. 그것도 멤버 전원이 10대지만 실력은 이미 완성형인 보이그룹의 데뷔곡이다. 제가 생각하는 하이틴 콘셉트를 아티스트가 완벽하게 구현해준 덕분에 이 곡은 제가 하이틴 계열 작업을 하는 데 기준점으로 삼는 곡이 됐다.”

창작을 잘하기 위한 노하우가 궁금하다.

“단언컨대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덕질(좋아하는 특정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것)이다. 아티스트에게서 보고 싶은 멋있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는 느낌으로 작업한다. 팬들이 직접 찍어 올린 멤버 영상, 소속사별 자체 제작 콘텐츠,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 하나하나가 훌륭한 원천이 된다. 공부한다기보다는 팬의 마음으로 즐기고, 나중에 작사할 때 기억 속에서 필요한 걸 하나씩 끄집어낸다."

작사가로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작사가는 가이드 녹음에 의존해 회사가 원하는 콘셉트에 맞게 가사를 써야 한다. 회사가 처음부터 작사가를 지정해 작업을 의뢰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여러 작사가로부터 시안을 받아 그중 하나를 고른다.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럴 땐 그냥 받아들인다. 극복하는 게 아니라. 작업할 때는 독기 품고 집중하고, 작업이 끝나면 돌아보지 않는다. ‘안녕! 난 새로운 곡을 만나러 떠나. 네(가사)가 채택돼서 내 품에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돌아왔을 땐 지금보다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될 거야.’ 그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작사 외에도 다양한 활동이 돋보인다. 2020년 웹드라마 ‘카페 킬리만자로’ 시나리오를, 작년에는 그간 작사한 12곡을 모아 소설 ‘너의 세상으로’를 썼다.

“작사가라는 직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정말 수입이 적다. 그래서 늘 작사와 다른 활동을 병행했다. 23살부터 방송국 아이디어 작가로 꽤 오래 일하면서 KBS 시트콤 ‘일말의 순정’을 비롯해 여러 작품에 참여했다. 지금은 작사만 해도 수입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여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지만, 방송작가 시절의 경험을 살려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일상에 조금씩 새로움을 곁들이고 있다. 최근 두 번째 책을 냈다. 제목은 ‘그럴 때 우린 이 노래를 듣지’. 20세기 말 추억의 노래들을 소재로 한 에세이집이다.”

어떤 작사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팬분들로부터 제가 작사한 곡을 듣고 응원이나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 물론 저 혼자서 만든 노래는 아니지만 살면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나. 가사를 매개로 저는 20년간 아주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작사가가 되기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어떤 작사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딱히 안 해봤다. 다만 제가 쓰는 가사에는 ‘건강한 것’을 담고 싶다. 시대에 역행하지 않고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당연한 것이 당연한 그런 작품을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

글=신은채 학생기자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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