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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소목장 이수자 정재훈 작가 2021-09-28 15:42:17
작성자  동문회보 webmaster@hanyangi.net 조회  1025   |   추천  98

로봇 제작 꿈꾸던 공학도, 대패 든 늦깎이 목수로 인생 2막

국가무형문화재 소목장 이수자 정재훈 작가

 




 

지난 5월 예술의전당에서 ‘정재훈 목가구展’이 열렸다. 책을 꽂거나 장식품을 놓는 사방탁자와 탁자장 등 단아한 멋을 자랑하는 전통 가구 25점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재훈 동문이 목장(木匠·목수)이 되고 개최한 첫 개인전이다.

 

그는 모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다 목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창호, 목가구, 목기를 만드는 국가무형문화재 55호 소목장 이수자로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정재훈우드아카데미’를 열고 일반인에게도 목공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지천명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통해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분당 목공방을 방문했다.

정 동문의 어릴 적 꿈은 로봇 제작자였다. 자연스레 공학에 관심을 가져 진학과 취업도 그쪽으로 했다. 모교 대학원에서 무선통신 서비스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를 전공하고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동통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던 시점이었습니다. 여러 기업에서 CDMA 상용화 연구에 힘썼죠. 전공자가 몇 없다 보니 대리 2년차부터 파트장을 맡아 다양한 프로젝트를 했어요. 맨 처음 디지털 전화로 잡음 하나 없이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을 때 신기했던 경험이 생생합니다.”

재직 당시 그는 새로운 통신 기법으로 ‘소프트웨어 라디오’의 전 단계인 ‘디지털 라디오’ 시스템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개념만 존재할 뿐 해외에도 전례가 없다던 기술을 고생 끝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업계의 빠른 변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는 게 어느 순간 버겁게 느껴졌다. 현대전자를 나와 이동통신 기업에서 연구소장과 개발책임으로 일했지만 회의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사표를 냈다.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일을 찾고 싶었다.

 

IT업계 떠나 소목공예 입문… 5월 첫 개인전

“전통 가구 조형미·실용성 알리고 현대적 계승”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던 정 동문은 어느 날 TV에서 장인이 가구를 만드는 모습을 봤다. 그가 전통 목가구에 눈뜨는 순간이었다. 나무를 다루는 명장, 목장은 2가지로 나뉜다. 궁궐, 사찰, 주택 같은 건축 구조물을 짓는 대목장, 다른 하나는 구조물 내부의 창과 문, 장롱·궤·문갑·탁자 등 각종 가구와 집기를 만드는 소목장이다. 정 동문은 2012년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 입학해 3년간 전수 교육을 받고 2016년 소목장 이수자가 됐다. 소목장 인간문화재 박명배 명인을 스승으로 모시며 기술을 배웠다.

하나의 가구를 완성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제재소에 가 목재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 디자인, 목재 가공, 제작 후 마감하는 과정이다. 가공 단계에서 목재를 말리는 데만 3~5년이 걸린다. 또 6개월에서 1년 정도 목재가 실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가구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가공 외 나머지 과정도 길면 6개월까지 소요된다.

그가 작업하면서 추구하는 것은 선의 아름다움과 여유다. 목재 두께가 가구의 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 1mm 차이에도 신경을 쓴다. 가구를 쓰게 될 이가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해 가구에 뚫린 공간을 많이 남긴다.

 

이는 전통 가구가 지닌 특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연교차가 큰 편이다. 극심한 기온 변화는 목가구의 변형을 일으키기 쉽다. 그래서 뒤틀림을 막기 위해 가구에 여러 개의 문짝을 단다. 통으로 된 널판을 써서 문짝을 한두 개만 만드는 서양 가구와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전통 가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문짝 구조다. 문 안에 또 문이 있는 안고지기문, 미닫이문을 열면 양 옆벽으로 들어가는 두껍닫이문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문들은 면 분할을 일으키며 비례미를 만들어낸다.

 

그는 전통 가구의 장점인 비례미가 잘 드러나도록 선을 살리고, 많은 문들로 인해 자칫 공간이 협소해질 수 있는 단점을 여백으로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지금은 소목장으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공방을 차리고 1년간은 슬럼프를 겪었다. 공학도였던 그가 전통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창조하기란 쉽지 않았다. 재능의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방황했다. 다른 분야의 전시회에 가거나 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극복해나갔다. 가장이었기에 경제적 문제도 정 동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전수 교육을 받는 동안은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재취업을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내린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올린 첫 전시인 만큼 개인전은 그에게 무엇보다 특별한 경험이다. 직접 관람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전에도 여럿이 전시하는 그룹전은 참여했지만 제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들을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하지만 이번 개인전에서는 바로 관람객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 매우 재밌었습니다. ‘내가 좋아서 만든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이기도 했죠.”

요즘 그는 용인 스튜디오와 분당 아카데미를 오고가며 일상을 보낸다. 지난해 우드아카데미를 열면서 수강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그전까지는 공방에 틀어박혀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수강생들의 반응은 만족스럽다. 3단계 클래스를 운영하는데, 이 과정을 모두 거치면 본인이 구상한 간단한 가구는 직접 만들 수 있는 정도가 된다고 한다.

정 동문의 목표는 전통 가구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승하는 것이다. 목장이자 작가로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찾아 2~3년마다 꾸준히 개인전을 열고 싶다고 했다. “불행한 역사로 우리 전통의 명맥이 끊긴 건 아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옛것을 돌아볼 기회가 늘었고, 정부도 전통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희망이 있다고 봐요. 이 일(목장)은 한번 만들면 쉽게 없어지지 않고 오래 남아요. ‘어, 우리 것도 괜찮네’라는 생각, 누구나 전통을 즐기는 문화에 제가 하는 일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글=전지민 학생기자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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